인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종이에 쓴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며칠, 몇 주를 기다려야 했던 그 시절의 소통은 신중함과 깊은 고찰을 필요로 했습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몇 번이고 고심하던 태도는 그 자체로 관계에 대한 예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실시간 메신저를 통해 즉각적인 소통을 나눕니다.
매체의 변화는 관계의 양상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짧은 문장을 자주 주고받는 '휘발성 대화'가 주를 이루면서, 한 문장에 담긴 무게는 가벼워졌지만 소통의 빈도는 압도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텍스트 뒤에 숨겨진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실시간 응답에 대한 강박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본성 탈곡기'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탄생했습니다. 방대한 양의 디지털 대화 속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찾아내고, 과거의 긴 편지 한 통이 가졌던 깊은 통찰을 현대의 데이터 분석으로 복원하고자 합니다. 소통의 방식은 변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잃어버린 소통의 깊이를 되찾고자 노력합니다.